비타민D는 국민 영양제라 불릴 만큼 널리 섭취됩니다. 칼슘 흡수를 돕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건 이제 상식이죠. 그런데 여기서 빠져 있는 퍼즐 조각이 있습니다 — 비타민D가 장에서 흡수시킨 칼슘은 정확히 어디로 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칼슘을 뼈로 보내고 혈관에 쌓이지 않게 하는 ‘교통 정리’ 역할을 하는 것이 비타민K2입니다. 이 주제를 조사하면서 확인한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대규모 코호트 연구와 3년짜리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뒷받침되는 근거라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칼슘 역설’의 생화학적 메커니즘부터, 실제 임상 근거, 그리고 정확한 복용법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칼슘 역설’이란 무엇인가
칼슘 역설(Calcium Paradox)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D를 열심히 먹었는데, 그 칼슘이 뼈가 아니라 혈관 벽에 침착되어 동맥 석회화를 일으키는 역설적 상황을 가리킵니다.
실제로 2010년 BMJ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개인 데이터 5개 연구, 8,151명)4에서는, 비타민D 없이 칼슘 보충제만 복용한 경우 심근경색 위험이 31% 높아진다(위험비 1.31)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칼슘 보충제는 골절 예방 효과가 있지만, 이런 심혈관 위험 증가를 함께 고려하면 골다공증 관리에서 칼슘 보충제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후 발표된 다른 메타분석5에서도 건강한 폐경 후 여성에서 칼슘 보충제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약 15%,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약 16% 높인다는 결과가 확인됐습니다.(폐경 후 갱년기 증상 완화도 함께 읽어보세요)
이 역설의 핵심에 비타민K2가 있습니다. 비타민K2가 없으면, 비타민D가 아무리 많은 칼슘을 장에서 흡수시켜도 그 칼슘이 뼈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혈관·관절·신장 등 엉뚱한 곳에 쌓일 수 있습니다.
비타민K2의 두 가지 핵심 무기: 오스테오칼신과 MGP
비타민K2 효능의 비밀은 두 가지 ‘비타민K 의존성 단백질(VKDP)’을 활성화하는 데 있습니다.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은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비타민K2가 감마-카르복실화 반응의 조효소로 작용해야만 오스테오칼신이 활성형으로 전환되고, 활성형 오스테오칼신만이 칼슘과 결합해 뼈에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K2가 부족하면 비활성형 오스테오칼신(ucOC)이 늘어나고, 칼슘이 뼈에 붙지 못한 채 혈액 속을 떠돌게 됩니다.
MGP(Matrix Gla Protein)는 혈관 평활근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동맥 석회화 억제제입니다. 비타민K2에 의해 활성화된 MGP는 칼슘 이온에 결합해, 동맥 벽에서 칼슘 결정이 형성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K2가 부족하면 비활성형 MGP(dp-ucMGP)가 증가하는데, 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의 바이오마커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비타민D가 칼슘을 장에서 혈액으로 올려주는 ‘엘리베이터’라면, 비타민K2는 그 칼슘을 뼈로 안내하고(오스테오칼신) 혈관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MGP) ‘교통경찰’ 역할을 합니다.

로테르담 연구 — K2 섭취와 심혈관 사망의 관계
비타민K2 효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역학적 근거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연구입니다. 2004년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이 연구1는 55세 이상 남녀 4,807명을 약 7~10년간 추적했습니다.
- 식이 비타민K2(메나퀴논) 섭취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 대비 관상동맥질환 사망 위험이 57% 낮았습니다(위험비 0.43)
- 중증 대동맥 석회화 위험도 52% 낮았습니다(오즈비 0.48)
- 전체 사망률도 26% 낮았습니다(위험비 0.74)
- 흥미롭게도 비타민K1(필로퀴논)에서는 이런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 혈관 석회화 억제는 K2 특이적 효과라는 뜻입니다
이후 발표된 Prospect-EPIC 코호트 연구(여성 16,057명)6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는데, K2 섭취량이 하루 10μg 늘어날 때마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9%씩 감소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Knapen 2015 — 인과관계를 확인한 핵심 임상시험
역학 연구가 “K2를 많이 먹는 사람이 심혈관 질환이 적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줬다면, 이 연구는 실제 개입을 통한 인과관계를 확인한 시험입니다.
2015년 Thrombosis and Haemostasis에 발표된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시험2에서는, 건강한 폐경 후 여성 244명에게 비타민K2 MK-7 180μg 또는 위약을 3년간 투여했습니다.
- MK-7 투여군에서 동맥 경직도 지표인 경동맥-대퇴동맥 맥파전파속도(cfPWV)와 강직도 지수가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 특히 시작 시점에 동맥 경직도가 이미 높았던 여성에서 개선 효과가 더 뚜렷했습니다
- dp-ucMGP(비활성형 MGP)가 위약 대비 50% 감소해, K2가 실제로 MGP를 활성화시켰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장기간의 MK-7 보충이 건강한 폐경 후 여성, 특히 동맥 경직도가 높은 여성에서 동맥 탄력성을 개선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는 비타민K2가 예방뿐 아니라 이미 진행된 초기 혈관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MK-4 vs MK-7 — 왜 MK-7이 대세가 되었나
비타민K2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MK-4와 MK-7입니다.
2012년 Nutrition Journal에 발표된 생체이용률 비교 연구3는 이 차이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건강한 여성에게 MK-4 420μg 또는 MK-7 420μg을 단회 투여한 결과:
- MK-7은 투여 6시간 후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했고, 48시간 후까지 검출됐습니다
- MK-4는 어떤 시점에서도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 7일간 반복 투여 실험에서도 MK-7만 혈중 농도를 유의하게 높였고, MK-4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MK-4는 혈중 비타민K 상태에 기여하지 못하며, MK-7만이 영양 수준의 용량에서 실제로 흡수되어 혈중 농도를 높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MK-4는 반감기가 1~3시간에 불과해 하루 3회 이상 섭취해야 하는 반면, MK-7은 반감기가 약 72시간(3일)이라 하루 1회로 충분합니다.
| 비교 항목 | MK-4 | MK-7 |
|---|---|---|
| 반감기 | 약 1~3시간 | 약 72시간 |
| 1일 섭취 횟수 | 3회 이상 권장 | 1회로 충분 |
| 영양 용량에서의 흡수 | 혈중 검출 안 됨 | 혈중 농도 유의하게 상승 |
| 대표 급원 | 유제품, 달걀노른자 | 낫토(발효 콩) |
| 앞선 임상 근거 | 고용량(수십 mg) 연구 중심 | Knapen 2015 (180μg, 동맥 경직도 개선) |

비타민D만 먹으면 정말 위험한가 — 정직한 팩트체크
여기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비타민D만 먹으면 혈관이 굳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비타민D가 혈관 석회화를 직접 일으키는 것은 하루 10,000IU 이상의 과도한 고용량을 장기간 섭취해 고칼슘혈증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일반적인 보충 용량(1,000~4,000IU/일) 범위에서 K2 없이 비타민D만 먹었을 때 혈관 석회화가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직접적인 인체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용량 비타민D가 비타민K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된 바 있고, 동물실험에서는 K2 결핍 상태에서 고용량 비타민D3를 투여하면 수 주 내에 대동맥 석회화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정리하면, 일반적인 비타민D 보충이 곧바로 혈관 석회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비타민D와 K2를 함께 섭취하면 칼슘 대사의 안전장치가 하나 더 작동한다는 것은 여러 근거로 뒷받침됩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칼슘 보충제 자체의 심혈관 위험 데이터를 고려하면, 칼슘 보충제까지 함께 복용하는 분이라면 K2 병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합니다.
실전 가이드: 비타민D·K2 함께 먹는 방법
용량
- 비타민K2 MK-7: 일반적으로 90~120μg/일 범위가 널리 사용되며, 혈관 건강 목적의 임상시험(Knapen 2015)에서는 180μg/일이 사용됐습니다
- 비타민D3: 한국영양학회 권장 400~800IU/일이며, 혈중 25(OH)D 수치가 부족(20ng/mL 미만)한 경우 2,000~4,000IU/일 범위로 보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함께 섭취 시: 비타민D 2,000~5,000IU + 비타민K2 MK-7 90~200μg 조합이 널리 권장되는 범위입니다
복용 타이밍
- 비타민D와 K2 모두 지용성이므로, 식사 중 또는 식후에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 MK-7은 반감기가 3일이므로 하루 1회 섭취로 충분합니다
- 두 성분이 하나의 캡슐에 들어 있는 복합 제품을 선택하면 복용 편의성이 올라갑니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상호작용
항응고제(와파린) 복용자는 K2 보충 전 반드시 의사 상담이 필요합니다. 와파린은 비타민K 길항제로 작동하는 약이므로, K2 보충이 항응고 효과를 감소시켜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 복용 시에도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타민K2 자체는 지용성 비타민 중에서도 독성이 낮은 편으로, 일반적인 보충 용량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Knapen 2015 연구는 244명이라는 비교적 작은 규모였고, 폐경 후 건강한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실제 심혈관 사건 자체를 줄이는지에 대한 대규모 장기 RCT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오히려 2022년 Circulation에 발표된 대동맥판막 석회화 남성 환자 397명 대상 24개월 임상시험(MK-7 720μg + 비타민D 25μg)7에서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석회화(AVC 점수 300 이상) 환자군에서 대동맥판막·관상동맥 석회화 진행 속도를 위약 대비 유의하게 늦추지 못했습니다. 즉 지금까지의 긍정적 근거는 주로 예방적 접근(로테르담 코호트, Knapen의 건강한 여성 대상 연구)에서 나온 것이고, 이미 석회화가 상당히 진행된 고위험군에서까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핵심 정리
- ✅ 칼슘 역설이란, 뼈로 가야 할 칼슘이 비타민K2 부족으로 혈관에 쌓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 ✅ 비타민K2는 오스테오칼신(뼈로 칼슘 유도)과 MGP(혈관 석회화 억제) 두 단백질을 활성화합니다
- ✅ 로테르담 연구(4,807명)에서 K2 섭취 상위 그룹은 관상동맥질환 사망 위험이 57%, 중증 대동맥 석회화 위험이 52% 낮았습니다
- ✅ Knapen 2015 임상시험(244명, 3년)에서 MK-7 180μg 투여가 동맥 경직도를 실제로 개선시켰습니다
- ✅ MK-7은 반감기가 72시간으로 영양 용량에서 실제 흡수되는 반면, MK-4는 같은 용량에서 혈중 검출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 ✅ 비타민D만 정상 용량으로 먹는 것 자체가 곧바로 혈관 석회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K2 병용이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근거는 탄탄합니다
- ✅ 칼슘 보충제(비타민D 없이)는 단독으로 심근경색·심혈관질환 위험을 15~31% 높인다는 여러 메타분석 결과가 있어, K2 병용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 ✅ 다만 이미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고위험군(대동맥판막 석회화 환자)을 대상으로 한 24개월 RCT에서는 K2+D 병용이 진행을 늦추지 못한 음성 결과도 있어, 예방적 섭취와 치료적 섭취의 근거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FAQ
Q1. 비타민D만 먹고 있는데 당장 K2를 추가해야 하나요?
일반적인 보충 용량에서는 즉각적인 위험은 아니지만, 로테르담 연구와 Knapen 임상시험의 근거를 고려하면 함께 섭취하는 것이 칼슘 대사의 안전장치를 하나 더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칼슘 보충제를 함께 복용 중이라면 더욱 고려해볼 만합니다.
Q2. MK-4와 MK-7 중 뭘 선택해야 하나요?
혈중 흡수율과 지속성 측면에서는 MK-7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생체이용률 비교 연구로 확인됐습니다. 혈관 건강 목적의 임상 근거도 MK-7(180μg)을 중심으로 축적되어 있습니다.
Q3. 와파린을 먹고 있는데 K2를 먹어도 되나요?
반드시 담당 의사와 먼저 상담하세요. 와파린은 비타민K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약이라, K2 보충이 항응고 효과를 방해해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Q4. 비타민D 고용량(10,000IU 이상)을 먹고 있다면 특히 위험한가요?
네, 고용량 비타민D를 장기간 섭취하면 고칼슘혈증과 함께 혈관 석회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이 경우 K2 병용의 중요성이 더 커지며, 혈중 칼슘·비타민D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5. 낫토를 먹으면 K2 보충제를 안 먹어도 되나요?
낫토는 MK-7의 대표적인 자연 급원입니다. 다만 매일 충분한 양을 꾸준히 섭취하기 어렵거나 낫토를 즐기지 않는 경우, 보충제로 안정적인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비타민D만 먹으면 헛수고”라는 표현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 메시지는 근거가 있습니다. 비타민D가 흡수시킨 칼슘이 실제로 뼈에 도달하고 혈관에는 쌓이지 않으려면, 비타민K2가 활성화하는 오스테오칼신과 MGP라는 ‘교통 정리’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로테르담 연구의 대규모 역학 근거와 Knapen의 3년 임상시험이라는 인과관계 근거가 이를 뒷받침하며, 특히 칼슘 보충제를 함께 복용 중이거나 폐경 후 여성이라면 K2 병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합니다. 비타민D를 챙기신다면, MK-7 형태의 비타민K2 90~200μg을 식후에 함께 섭취하시되,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시라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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