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때마다 의지하게 되는 전자레인지,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영양소가 다 파괴된다”는 이야기 때문에 왠지 찜찜한 마음이 드신 적 있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 연구 결과는 이 통념과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냉동식품을 재가열하는 직접 비교 실험에서 전자레인지는 오히려 오븐보다 비타민C를 더 많이 보존했고, 채소를 처음 조리할 때도 전자레인지·찜은 삶기보다 대체로 영양소 손실이 적었습니다. 다만 이 주제를 조사하면서 확인한 것은, 모든 연구에서 전자레인지가 항상 1등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이 부분까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왜 “전자레인지=영양소 파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 속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낯선 가열 원리가 “전자기파가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양소 손실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가열 방식 자체가 아니라 조리 온도, 시간, 물과의 접촉량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자레인지가 오히려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재가열 비교 — 가장 직접적인 근거
2020년 Journal of Microwave Power and Electromagnetic Energy에 발표된 연구1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냉동 즉석식품을 전자레인지 재가열과 컨벤션 오븐 재가열로 나눠 직접 비교했습니다.
- 칼륨, 나트륨,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티아민, 리보플라빈: 두 가열 방식 사이에 유의한 차이 없음
- 비타민A, 엽산: 두 방식 모두 가열 전보다 각각 약 20%, 10% 감소했지만, 방식 간 차이는 없었음
- 비타민C: 전자레인지로 데운 음식이 오븐으로 데운 음식보다 평균 3.8mg 더 많이 보존(통계적으로 유의)
연구팀은 그 이유를 조리 시간의 차이에서 찾았습니다. 같은 음식을 74°C까지 데우는 데 걸린 시간이 컨벤션 오븐은 평균 11분, 전자레인지는 평균 2.5분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비타민C처럼 열에 약한 영양소는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뜻입니다.

채소를 처음 조리할 때는 어떨까 — 삶기가 대체로 가장 불리합니다
2023년 방글라데시 실헷 지역에서 진행된 연구3는, 현지에서 많이 먹는 채소 6종을 삶기·찜·전자레인지로 각각 조리해 비교했습니다.
- 비타민C: 삶기에서 최대 70.88% 손실(시금치가 가장 심함), 반면 전자레인지는 90% 이상 보존
- 총폴리페놀·총플라보노이드(항산화물질): 삶기에서 각각 최대 70.3%, 82.27% 손실 — 다른 조리법보다 두드러지게 높음
- 다만 베타카로틴(당근 제외)은 오히려 찜이 가장 잘 보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국내 연구팀(충북대)이 발표한 연구2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10종의 국내 시판 채소를 블랜칭·삶기·전자레인지·찜으로 비교한 결과, 비타민C의 실제 보존율(true retention, 조리 중 무게 변화까지 반영한 정밀 측정치)이 0%에서 91.1%까지 조리법에 따라 크게 차이 났고, 전반적으로 전자레인지에서 가장 높고 삶기에서 가장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 전자레인지가 항상 1등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에서 균형 있게 짚고 싶은 부분입니다. 모든 연구에서 전자레인지가 최고 결과를 낸 것은 아닙니다.
브로콜리·시금치·상추를 각각 5분씩 세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 비교한 2013년 연구4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조리법 | 브로콜리 손실률 | 시금치 손실률 | 상추 손실률 |
|---|---|---|---|
| 찜 | 14.3% | 11.1% | 8.6% |
| 전자레인지 | 28.1% | 25.5% | 21.2% |
| 삶기 | 54.6% | 50.5% | 40.4% |
이 연구에서는 찜이 전자레인지보다 오히려 비타민C를 더 많이 보존했습니다. 연구진은 “채소를 신선한 상태로 먹는 것이 비타민C를 가장 많이 얻는 방법이며, 그다음으로는 찜이 가장 나은 조리법”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전자레인지가 무조건 최고”가 아니라 “삶기보다는 대체로 낫고, 찜과는 채소 종류·조리 시간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더 정확한 요약입니다.

연구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연구 | 대상 | 핵심 결과 |
|---|---|---|
| Brown 등 (2020, 재가열) | 냉동 즉석식품 | 전자레인지가 오븐보다 비타민C 더 보존(+3.8mg) |
| Razzak 등 (2023) | 채소 6종 | 삶기 최대 70.88% 손실, 전자레인지 <10% 손실 |
| Lee 등 (2018) | 국내 채소 10종 | 전자레인지 최고, 삶기 최저(범위 0~91.1%) |
| Zeng (2013) | 브로콜리·시금치·상추 | 찜(8.6~14.3%) < 전자레인지(21.2~28.1%) < 삶기(40.4~54.6%) |
핵심은 ‘전자레인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시간과 물’
삶기가 대체로 불리한 이유: 비타민C·B군 같은 수용성 비타민과 폴리페놀이 조리수로 빠져나가는 ‘용출(leaching)’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전자레인지·찜이 유리한 이유: 물 사용량이 적고, 조리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손실이 줄어듭니다.
튀김은 별개로 주의: 이 글에서 다룬 조리법과는 별개로,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튀김은 비타민C가 최대 95%까지 손실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전자레인지, 영양소 덜 잃고 쓰는 방법
물을 최소화하세요. 채소 자체의 수분만으로 조리하는 것이 물에 담가 삶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뚜껑이나 랩을 덮어 조리하세요. 수분 손실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고르게 익힐 수 있습니다.
조리 시간을 최소한으로 잡으세요. 짧게 여러 번 나눠 데우는 것이 한 번에 오래 데우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를 사용하세요. 영양소와는 별개로,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같은 조리법이라도 채소 종류·크기·수분 함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특정 연구 결과를 모든 음식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비타민A·엽산은 조리법과 무관하게 일부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는 전자레인지만의 단점이 아니라 가열 조리 자체의 특성입니다. 이 글은 ‘영양소 보존율’에 한정된 내용이며, 전자레인지 사용의 다른 안전성 이슈(용기 재질, 균일 가열 여부 등)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핵심 정리
- ✅ 냉동식품 재가열 비교에서 전자레인지가 오히려 오븐보다 비타민C를 더 많이 보존했습니다(+3.8mg, 조리 시간 4배 이상 단축)
- ✅ 채소를 처음 조리할 때도 삶기가 대체로 비타민C·항산화물질 손실이 가장 큰 조리법이었습니다
- ✅ 다만 모든 연구에서 전자레인지가 1등은 아니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찜이 전자레인지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 ✅ 핵심 변수는 ‘전자레인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조리 시간이 얼마나 짧고, 물에 얼마나 적게 접촉하는가’입니다
- ✅ “전자레인지=영양소 파괴”라는 통념은 근거가 약하며, 오히려 여러 연구에서 삶기보다 유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FAQ
Q1.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영양소가 다 파괴되나요?
아닙니다. 재가열 비교 연구에서 전자레인지는 오히려 오븐보다 비타민C를 더 많이 보존했습니다. “영양소 파괴”라는 표현은 과장된 통념에 가깝습니다.
Q2. 그럼 전자레인지가 항상 최고의 조리법인가요?
아닙니다. 연구에 따라 찜이 전자레인지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인 경우도 있습니다. “삶기보다는 대체로 낫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3. 왜 삶기가 영양소 손실이 가장 큰가요?
수용성 비타민과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물질이 조리수로 빠져나가는 ‘용출’ 현상 때문입니다. 물 사용량이 많고 조리 시간이 길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Q4. 채소를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때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
가능하면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 자체의 수분만으로 조리하고, 뚜껑이나 랩을 덮어 수분 손실을 줄이는 것이 영양소 보존에 유리합니다.
Q5. 튀김은 전자레인지보다 나은가요?
아닙니다. 이 글에서 비교한 조리법(삶기·찜·전자레인지)과 별개로, 튀김은 고온·장시간 조리로 비타민C가 최대 95%까지 손실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오히려 더 불리한 조리법입니다.
결론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영양소가 다 파괴된다”는 통념은 실제 연구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연구에서 전자레인지는 삶기보다 영양소 손실이 적었고, 냉동식품 재가열 비교에서는 오븐보다도 비타민C를 더 많이 보존했습니다.
다만 전자레인지가 모든 경우에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찜과 비교했을 때는 채소 종류와 조리 시간에 따라 순위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기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짧은 시간, 얼마나 적은 물로 조리하느냐’입니다. 바쁠 때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 Brown, E. F., Gonzalez, R. R., Burkman, T., Perez, T., Singh, I., Reimers, K. J., & Birla, S. L. (2020). Comparing nutritional levels in a commercially-available single-serve meal using microwave versus conventional oven heating. Journal of Microwave Power and Electromagnetic Energy, 54(2), 99-109.
- Lee, S., Choi, Y., Jeong, H. S., Lee, J., & Sung, J. (2018). Effect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the content of vitamins and true retention in selected vegetables.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27(2), 333-342.
- Razzak, A., Mahjabin, T., Khan, M. R. M., Hossain, M., Sadia, U., & Zzaman, W. (2023). Effect of cooking methods on the nutritional quality of selected vegetables at Sylhet City. Heliyon, 9(11), e21709.
- Zeng, C. (2013). Effects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the vitamin C content of selected vegetables. Nutrition & Food Science, 43(5), 438-443.